과연 과학이 신을 불필요하게 만들까?
2010.09.08 15:07
호킹 박사가 그의 최근 저서에서
"과학이 신을 불필요하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과연 정말로 그럴 것인가?
그의 표현에서 두개의 단어 뜻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과학이고 둘째는 신일 것이다.
우리는 이 중 과학을 비교적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가 이야기 하는 과학이란
시간과 공간을 포함하는 물질에 관련된 체계를 이해하는 방법을 뜻하리라.
문제는 신에 대한 정의이다.
그의 표현에서 신을 기독교적인 신-인격적인 신, 시간에 구애 받는 신 (=유대교적인 신, 이슬람의신)-을 뜻하는 것으로 국한 한다면
그의 말은 다음과 같이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신관'이란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던 인류의 조상이 갖고 있던 세상의 체계에 대한 해석인데
과학의 발전으로 세상의 체계를 이해하는 우리의 눈이 크게 바뀌었으므로
기존 주장에서 모순이 드러났기 때문에
그러한 신관은 더 이상 존재 이유를 가질 수 없다는 뜻이 아닐까?
따라서 과학이 그러한 신을 불필요하게 만든다는 뜻은 아닐까?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관계로 이것은 나의 상상한다.)
만약 논지가 이렇다면
그는 기존 (서양의, 기독교의) 생각의 틀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하는 것이지
과학이 더욱 발전하면
우주의 생성과 생명의 탄생, 인간 존재의 이유 등을 모두 설명할 수 있다 것은 아니리다.
우리는 흔히 인간세상을 물질과 정신으로 나눈다.
(과연 정신과 물질이 둘이냐는 문제는 또 다른 커다란 문제이므로
여기서는 논의하지 않겠다. 서로 다른 것이라고 가정하고 논리를 전개시키겠다.)
그리고 과학이란 물질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의 수학적인 표현이다.
그런데 이 물질을 분석하고 분석하면 과연 우리는 우리의 정신을 이해할 수 있을까?
즉 과학으로 우리 정신을 분석할 수 있냐는 질문이다.
만약 이런 것이 가능하다면 호킹 박사의 추론이 정확한 것일 수도 있다.
물질이 정신에 영향을 주는 예는 많이 있다.
예를 들어서 약물을 사용하면 인간의 인식이 변화할 수 있다.
또 정신적인 문제를 약물을 빌어서 치료를 하기도 한다. 우울증 치료제 등 말이다.
독약을 먹게 되면 육체와 정신을 분리시킬 수 있다. 죽음으로서...
반면에 정신이 물질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많이 있다.
플라시보효과 뿐만 아니라 많은 종교적인 체험이 그에 속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사례들을 모아서 분석하고 분석하면
우리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가 아직 정신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러한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일까?
그렇다기 보다는 보다 근원적인 문제로
우리가 그 작용을 늘상 경험하는 우리를 이루는 반쪽인 정신이
과연 무엇인지를 알고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또한 정신이 작용하는 장(field)이 정의 내려지지 않기 때문에
그 현상을 물리적인 값으로 평가하기가 불가능하다.
즉 우리는 정신이란 차원은 어떤 차원인지 알지 못한다.
따라서 정신을 나타낼 수 있는 변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정신현상을 수치화 시키는 문제는 난망할 따름이다.
이러한 정신현상은 과학의 대상이 아니지 않을까?
이렇게 우리가 그 작용을 늘상 경험하지만 도데체 그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정신때문에
우리는 과연 무엇이며 생명체란 무엇이고 이 우주라는 것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 불교에서는,
비록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서 도달한 논리적인 추론 결과는 아닐지라도,
직관을 통해서 이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 문제를
'이 뭣고?'라는 화두로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의 요지란
물질세계를 포함한 정신세계란 도데체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혹은 인생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이다.
나는 과학을 통해서 정신세계를 적나라하게 분석할 수 있으리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다.
왜냐하면 정신세계를 분석할 수 있는 과학적인 방법-측정 가능한 물리량-이 없어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과학은 우리 인간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 줄 수 있는 도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초끈이론을 통해서 물질계를 다 설명할 수 있다고 해도
또한 빅뱅 이후의 현상을 모순없이 설명할 수 있다고 하여도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은
측정 가능한 변수가 있는 우리의 물질 세계에 국한된다는 것이므로
측정이 불가능해 보이는 정신세계의 현상은 더욱 미궁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이러한 문제 제기는 초끈 이론에도 적용된다.
수학적으로 초끈이론을 완성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초 끈 이론을 증명할 측정 가능한 변수가 없기 때문에
이 물리학 이론은 철학 영역에 속해야 한다는주장도 있다.)
인간이 물질 세계를 더욱 선명하고 명확하게 이해할수록
우리는 정신세계에 대한 우리의 무지때문에 오히려 더욱 갈증을 느끼지 않을까?
즉 '과연 신이란 개념은 무엇일까? 우리 존재는 무엇일까?'에 대한 논의가 더 진지해 지지 않을까?
사족:
명상(참선)이란 인간 마음에 대한 탐구가 아닐까?
마음의 본질 혹은 존재의 본질을 보기 위해서
구름을 걷어내는 작업, 구정물을 가라앉히는 작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