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세계의 작동 원리 - 업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옛 분들은 업이 어떻게 작용하는 가에 대해
많이 궁금해 했던 것 같다.
용수의 중론에도 이 이야기가 많이 나와 있는 것으로 저는 이해하고 있다.
용수의 게송을 말씀드리기 전에 먼저 초기 경전의 부처님 말씀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이 세상은 결정론이 아니다. 그래서 우리의 선택에 따라서 미래는 변화한다.
- 그래서 업이 작용은 하지만 그 외에도 여러 요인이 작용을 한다.
용수의 게송은 다음과 같다.
결과가 조건 속에 미리 존재했다거나, 果先於緣中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모두 불가능이다. 有無俱不可
미리 존재하지 않았다면 그런 조건은 무엇을 위해 있겠으며, 先無爲誰緣
미리 존재했다면 그런 조건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先有何用緣
- MK. 1-8
제가 이해한 이 게송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업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업을 짓는 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되며
만약에 현재 나타나는 현상이 업과는 상관이 없다면 이것 또한 문제다.
이걸 현대적인 말로 바꾸어 본다면
업을 통해서 우리는 '가능성'을 심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그야말로 가능성이지 결과가 결정된 것이 아니다.
즉 씨앗이 곧 싹은 아니지만 싹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에 내 행동이 미래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꼭 그 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은 현대 양자 역학에서도 발견되는 현상이다.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 이중슬릿 실험이다. (일전에 게시판에 올린적이 있다.)
먼저 아래 클립을 보시기 바란다.
저는 이 내용이 인과를 설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우리가 광자를 슬릿을 향해 쏜다는 것은 원인이 됩니다. 업을 짓는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특별한 일을 하지 않으면 그 원인은 결과를 낳지만 그 결과는 확률적으로 분포하게 된다.
즉 다른 우리가 할 수 있는 여러 가능성 때문에(슬릿의 수)
가능성이 중첩되면서 하나의 현상을 만들어 내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그 주어진 일에 대해서 어떤 선택을 한다면
즉 슬릿을 관찰하게 된다면 이런 확률들은 무너지고
그 선택에 따른 과보를 받는 다는 것입니다.
관찰을 할 때 이 슬릿으로 광자가 통과를 하든 아니든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확률은 붕괴하고 명백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 뜻은
조건 속에 결과가 있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그 가능성이 들어있다는 것이며
그렇지만 일어난 일이란 분명한 원인이 있다는 말입니다.
즉 미래는 결정되어 있지 않으며
내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바뀐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것은 초기불교의 부처님의 가르침과 정확하게 일치합니다.
또한 이렇기 때문에 무아가 됩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우리가 선택을 하게 되고
그런 선택들이 나를 구성하는 것이라면
고정된 내가 없게되고 항상 변화하고 흐르는 것만 있게 됩니다.
그래서 '고정된 자아와 같은 것은 없다.'는 무아가 되는 것입니다.
더불어 이웃 종교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전지 전능한 신이란
결국 결정론을 뜻하기 때문에 '틀린' 개념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