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인생

서해대교 케이블 파단

우암(雨庵) 2015. 12. 7. 10:27

2015년 12월 3일

서해대교의 케이블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케이블이 파단되었다고 한다.


서해 대교 관련 케이블 파단은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이상한 현상 때문에 케이블에 파단이 났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08/2015120800182.html)
"서해대교 케이블 절단 사고의 원인은 "전류의 세기가 낮은 '작은 낙뢰(small current)' 때문"이라는 해외 낙뢰 전문가의 분석이 7일 나왔다."


이런 기사는 거의 사기(fraud)에 가까운 기사이다.
고장 해석은 절대로 이런 방식의 전문가 운운하는 권위에 의존한 선언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권위에 의존 한다는 말의 의미는 '해외', '낙뢰 전문가'에 의존할 뿐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왜 낙뢰가 피뢰침이 아닌 절연체인 피복된 케이블에 떨어졌는가?
전류의 세기가 낮은 낙뢰란 무엇인가? 어떻게 전류의 세기가 작은데 케이블을 녹일 수 있는가?
낙뢰로 볼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는 무엇인가? 파단의 시작점은 어디인가? 등등 등...

이런 분석 없는 위와 같은 신문기사의 wording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라 할 것이다.


서해대교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위에서 바라다 본 모양은 아래와 같다고 한다.



경향신문의 파손 부위 설명은 아래와 같다. (이 그림에서 케이블의 파단 위치는 잘못 표시된 것이다. 56, 57번은 주탑과 케이블의 경계면에서 파단이 났고, 72번 케이블은 주탑에서 72번과 56번 거리만큼이 주탑으로 부터 떨어진 곳에서 파단이 발생했다. 이 글의 끝 부분에 그 설명이 있다.)



언론 보도를 보면

낙뢰에 의해서 화재가 발생하고

그 화재 때문에 케이블이 끊어졌다고 한다.

대체 28cm에 달하는 두께의 강선 케이블이

탈 것도 별로 없어 보이는 그래서 맹렬한 불꽃도 없어 보이는 강선케이블 구조에서

화재 때문에 끊어졌다는 것은 선듯 납득이 되질 않는다.

강선을 꼬아서 만든 케이블의 두께가 28cm라면 그 강선을 가열하는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먼저 낙뢰가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기상청에서는 낙뢰는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사건 당시의 주변 분들의 증언은 천둥소리를 들었다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요즘은 cctv가 많이 설치되어 있고

또한 차에도 블랙 박스가 있어서 이 논란은 쉽게 잠재워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계속 낙뢰이야기가 나오고 기상청을 비웃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건 설왕설래할 일이 아니다.

감시 cctv만 확인하면 될 일이다.

(cctv 확인 결과 낙뢰는 없었고, 그럼에도 낙뢰라고 계속 주장하는 이상한 상황이다.

또하나 이상한 점은 화재가 나기 전에 가로등이 점멸하고 나가버렸다는 점이다.

우연에 일치일까???)


기상청은 자신들의 데이터를 근거로 사실을 이야기 할 뿐이다.

그 기상청의 데이터가 엉터리이고 아니고는

서해대교 케이블 절단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이야기 이다.

설사 있었던 낙뢰를 기상청이 감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서해 대교의 케이블은 끊어질 수 밖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일단 이 낙뢰 건에 대한 제 재료공학자로서의 의견은

케이블이 파단 날 때 천둥치는 소리 같은 것이 들렸을 것이란 것이다.

만약 천둥치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그 원인을 낙뢰라고 단정한다면 이는 너무 섣부른 판단이다.

1mm 두께의 강선에서 파단이 일어날 때에도

'빠앙~'하는 엄청나게 큰 소리가 나서 주변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데

만약 직경 28cm짜리 케이블에서 파단이 일어난다면

그 소리는 벼락소리에 버금갈 것이다.


낙뢰로 보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피뢰침이 있는데 낙뢰가 절연 피복된 케이블에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것도 누가 봐도 이상한 점이다.

게다가 낙뢰로는 케이블이 녹을 수 없다.

만약 낙뢰로 케이블이 녹는다면

벼락에 맞은 사람들은 다 화상을 입고 죽어야 한다.

자동차에 벼락이 쳐도 내부에 사람들은 안전하며 전기는 다 땅으로 빠져나간다.

벼락으로 케이블이 끊어지려면 아크가 지속적으로 발생해야 하는데

이런 일은 벼락치는 곳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만약 낙뢰가 아니라면 대체 화재는 왜 발생했는가라는 문제가 대두된다.

화재가 먼저인가? 아니면 파단이 진행하면서 화재가 난 것인가?

제 의견은 화재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불이 붙은 것은 맞지만 불이 붙어있는 정도로는

일반적인 강의 강도가 약해지는 온도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TV에서 보여준 불 정도로는 28cm 직경의 케이블 온도를 400~500도 정도도 올리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철은 전도성이 좋아서 주변부로 빠르게 열이 분산되기 때문에

불 때문에 높은 온도에 도달해서 파단이 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래 그림은 온도에 따른 특정 강의 항복강도를 보여준다.

항복 강도는 변형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강도이다.





온도가 500도가 넘어가면 항복강도가 낮아진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과연 항복강도가 낮아지는 온도에 케이블이 도달했는가라는 점이다.

그렇게 열이 집중되기는 쉬운일이 아닐 것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교량등을 설계할 때는 안전을 위해서 필요 강도보다 훨씬 높은 safety factor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필요한 강도가 100이라면 200으로 디자인을 하고 이를 safety factor 2라고 한다.)

게다가 변형이 시작되었다고(항복이 일어났다고) 해서 바로 파단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50~60% 변형이 발생하고 나서야 파단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경우에는 변형이 되면서 강도가 계속 높아지기 때문에 (가공 경화)
하중이 집중되어 변형에 의한 파단이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재료공학자로서 하나 의심이 가는 부분은
사용된 강선의 종류가 무엇이며 내화성이 어떨지 하는 부분이다.
또한 항복강도(yield strength)와 인장강도(Ultimate Tensile Strength), 연신률 (Elongation) 및 Toughness는 어떤 재료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혹시 상온(25~100도 정도)에서의 강도만을 고려하여
300~500도 정도에 재료가 노출 될 때 강도가 현격하게 떨어지는 재료를 사용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Tempering이 발생해서 강도가 저하하고 그래서 파단이 발생?)

또 하나의 가능성은 피로파괴인데
지속적으로 진동에 노출된 재료에서 항복강도 미만에서 파단이 발생하는 것이다.
피로 파괴가 발생할 때 화재가 났다는 예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국내에는 피로 전문가들이 몇분 계시지만
한국은 해외에서 사용되는 데이터를 가져다 쓸 뿐
스스로 피로 데이터를 만들고 안전 기준을 정립한 적이 없기 때문에
혹시 새로운 강종을 사용하였다면 그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그래서 잘못된 재료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71번 케이블도 피복에 손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게 72번 화재 때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자체적으로 형성된 것인지도 매우 중요해 보인다.

YTN 영상을 분석해 보니
56번 및 57번 케이블의 손상은 72번 케이블이 파단이 나면서
파단난 끝 부분이 56번 및 57번 케이블을 때려서 손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아래 그림이 주탑과 손상된 케이블을 보여준다. 주탑을 따라 거무스름하게 나타나는 것이 파단난 케이블이다. 파단난 케이블의 끝이 56번 케이블과 거의 일치하고 있다.


아래 그림은 57번 케이블의 손상 부분이다.



아래 그림은 56번 케이블의 손상 부분이다. 72번 케이블의 끝이 56번 케이블의 끝을 때렸을 것이란 짐작이 간다. 특히 끊어진 부분이 주탑과 케이블의 경계면이란 점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 직경이 28cm에 이르는 쇠몽둥이가 위에서부터 떨어져 내려왔다면 그 끝 부분의 모멘트(mv)는 엄청났을 것이다. 그렇게 강력한 충격으로 아래에 있는 케이블을 때렸다면 케이블이 나오는 홈통과 변형되려는 케이블 사이에 큰 힘이 걸렸을 것이고 그래서 56번과 57번 케이블에 손상이 간 것으로 판단된다.


YTN 동영상에 따르면 경향신문의 파손 부위 개략도는 엉터리이다.
56번과 57번은 주탑과 케이블의 경계면에서 손상이 일어난 것이고
72번은 케이블의 중앙부분에서 파단이 일어났고
주탑으로 부터 파단이 일어난 위치에 해당하는 거리는
주탑에서 72번 케이블과 56번 케이블 사이의 거리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55번 케이블은 문제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충격을 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제는 58, 59 등 충격이 가해졌을 지도 모르는 케이블 들이다.
충격이 집중되었을 곳은 역시 주탑과 케이블의 경계면에 위치한 강선들이다.
면밀하게 조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이 사건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일단은 72번 케이블의 파단면 분석이 이루어 져야 하고
특히 파단이 시작된 곳의 분석이 중요한데 (현미경적인 분석)
케이블의 직경이 28cm라 하니 그 곳을 찾는 것 조차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제 판단으로는 서해 대교의 문제는
교량의 설계 및 선택된 재료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중하게 서둘지 말고 접근해야 하며
같은 공법으로 같은 재료를 사용한 교량은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나마 이 정도로 사고가 난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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