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절의 글(블랙리스트?)

영어 교육 6년이면 영어회화가 가능해야 한다

우암(雨庵) 2018. 3. 13. 22:33

2008.01.31 09:54


인수위왈

고등학교 교육 받으면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단다.

엄청나게 큰 희생 없이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매우 훌륭한 발상이다.

2개 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다니... 일등 교양 문화시민 아닌가?

 

사실 한국의 영어교육은 문제가 있다.

중고등학교 6년 동안 그렇게 열심히 배우지만

졸업 후에는 외국인 앞에서 입이 떨어지지 않으니 말이다.

이러한 결과는 영어를

언어로서 교육시킨 게 아니라

문법 및 독해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시험에서 학생들의 성취도 측정 도구로 전락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이명박 정부의 영어교육 문제제기는 타당성이 있다.

영어를 언어로서 6년간 배웠다면 영어로 회화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미국에서는 거지도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6년을 배워도 입도 뻥끗 못한다? 이건 교육의 문제 아닌가?

 

하지만 문제를 제기한 분들이 아무리 좋은 취지를 갖고 있으면 무엇 하는가?

그 의도가 제도로 나타나서 현실에 적용될 때

부작용이 엄청나게 크다면 이는 크게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작용은 입시와 관련된 문제이다.

 

인수위의 영어교육 관련 기사를 읽으면서 가슴이 답답해 짐을 느꼈었다.

 

! 우리 아이가 올해 중 2가 되는데 이 녀석을 또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새로운 영어관련 교육제도가 입시에 적용되는 첫 번째 해인데

무슨 과외를 어떻게 시켜야 하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미국에 1년 정도 보내야 하나?

 

집사람은 애를 영어 조기 교육 보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것 보라구요! 친구 OO, AA, BB등 안간 애가 없어요.

이제 우리 애는 어떻게 하냐구요?

 

입시는 상대평가다.

따라서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내가 조금 더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 경쟁은 정말로 치열하다.

그러므로 남보다 앞서기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을 치러야 한다.

따라서 영어교육이 대입과 관계될 때는 이 점이 고려 되어야 한다.

 

즉 교육 결과를 점수 별로 줄을 세운다면 엄청난 부작용을 일으킬 것이다.

말하기, 쓰기의 영어 사교육이 치열해 지고

영어 조기 유학이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따라서 인수위가 정말로 영어 교육에 문제점을 풀고 싶다면

대학 입시에서 영어 부문의 평가를 pass/fail의 두 단계로 간소화 시키고

영어 교육의 목표를 대화 가능수준이라고 해 주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아마 대학에서는 또 자기들의 잣대를 만들겠다고 하겠지만 말이다.

 

따라서 부탁하노니 제발 입시 관련된 문제를 장난치지는 말길 바란다.

자신의 선의의 의도가 좋다며 부작용을 무시하지 말길 바란다.

한번 장난쳐서 그 부작용이 나타나면 그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새 제도가 입시에 적용되는 5년 후면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다.

그 때 후회하지 말고 미리미리 조심조심하기를 당부한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게 배운 영어는 어디에 써먹지?

도대체 일반적인 한국 사람이 영어가 절실하게 필요한데,

영어를 못해서 문제가 되는 영역이 어디냔 말이다.

왜 전 국민이 영어를 유창하게 사용해야 하느냔 말이다.

난 그 당위성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서 난 앞서서 '일등 교양 문화시민'이란 말을 사용한 것이다.

한국에서 영어를 잘해봐야 그건 그저 교양을 갖춘 문화인이라는 징표 정도 될까?

 

난 한국에서 일고 있는 영어에 대한 '우상화'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입시, 채용시험, 승진시험...

이렇게 지독히도 열심히 공부한 영어를 도대체 언제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그 학교, 그 직장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유학을 갈 때, 혹은 외국과 비지니스를 할 때 정도 필요하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일에 관계있다고

이리도 영어에 목을 메달아야 한단 말인가?

국민 전체 중에 대략 50%쯤 되나?

아마 10%도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만 하면 되는 것이다

 

언어란 의사소통의 한 도구이다. 그 뿐이다.

미국에서는 '거지'조차도 영어로 유창하게 대화한다.-돈 달라고...^^

한국의 엘리트들은 대학가서 영어를 배우면 된다.

 

한국 대학에서 강의를 영어로 한다고 생각해 보자.

유창한 영어실력을 갖춘 학생과 교수진이 존재한다면 아무 문제 없다.

그런데 만약 학생이나 교수진 둘 중에 하나의 영어 실력이 모자란다면?

학문의 개념도 전달이 제대로 안되었을 것이다.

풍부한 어휘로 설명해 주어야 할 개념이

언어적인 한계 때문에 빈약한 몇 마디로 설명될 뿐이다.

영어는 대화의 수단일 뿐이다. 그리고 강의는 개념을 위해서 듣는다.

그런데 수단 때문에 개념이 흔들린다면? - 이건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영어 강의가 멋있어 보이는가? 그건 겉치레에 불과하다. 껍데기란 말이다.

 

한국인이 영어 회화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창의력이 있는 개념을 제시한다면

서양인들은 매우 큰 관심을 갖고 들을 것이다.

그들이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