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구의 신(기독교, 천주교, 이슬람, 유대의 신)을 진짜라고 가정해 본다면, 전지전능한 신이 진짜라면, 인간이란 존재는 인생에 대해서 고민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닐까? 그 신은 세상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시간과 공간을 창조했다는 말이 된다. 시간을 창조했다면 시간의 처음과 끝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전지전능하다는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과연 우리에게는 자유의지란 있는가? 그 이유는 그 신 앞에는 시간의 처음과 끝이 쫙~ 펼쳐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내 의지를 낼 틈이 없다는 것이다. 즉 이 모든 현상이 신의 의지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신이 창조한 것이므로. 하지만 기독교적 논리에서 본다면 악마도 있고 더러움도 있는데 이는 마치 신과는 무관하다는 식으로 설명한다. 악마를 신을 배반한 천사라는 식으로 주장한다. 그렇다면 배반이란 대체 누가 만들어 낸 개념인가? 이것도 신이 만든 개념 아닌가? 예수님의 예를 들어보자. 기독교에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심으로써 세상을 구원했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가롯유다의 배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가롯 유다의 배반이 세상을 구원했단 말인가? 이런 측면으로 논리를 전개시켜나간다면 사실 기독교는 발 붙일 공간이 없어진다. 그래서 많은 서구 지식인들이 주장하듯이 기독교적 신이란 과거 세대에 자연을 이해하지 못한 선조들이 만들어낸 허구에 불과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불교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기독교의 신이란 천신 중 한 신일 것이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한계가 있는 신 중에 한 존재일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에서는 누가 내 운명을 결정하는가? 바로 나 자신의 생각이다. 내가, 우리가 이 세상이 이렇게 존재한다고 생각을 일으키는 한 우리의 세계는 계속된다. 이 한 생각을 일으키는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에서는 시간과 공간의 시작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제 이해에 따르면, 부처님께선 그 시작을 알려고 하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있는 그대로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비불교적인 분들 입장에서는 석가모니께서도 모르시니 그렇게 이야기 한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자인 제 입장에서 본다면 모든 것에 대해 앎과 봄이 있으신 세존께서는 그 내용을 아셨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 인간에게 설명해 주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세존께서 판단하시기에는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세상과 존재의 시작이 어떻게 된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의 삶이 팍팍해서 불만족 스러운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 시작을 안다고 해도 이 생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존재의 근원을 따지려는 사람들은 세존께서 살아계실 때부터 항상했던 것 같다. 이런 자세에 대해서 세존께서는 맛지마니까야에서 독화살의 비유를 드신다. M63 말룽끼야뿟따에 대한 작은 경 (Cu?am?lu?kyaputtasutta) §14. 말룽끼야뿟따여, 어떤 사람이 독극물이 진하게 칠해진 독화살을 맞았다고 하자. 그의 친구들이나 동료들이나 친지들이나 친척들이 와서 그를 외과의사에게 데리고 갔다. 그런데, 그가 1) '나는 나를 쏜 사람이 왕족계층인지 사제계층인지 평민인지 노예인지 알아야 화살을 뽑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2) '나는 나를 쏜 사람의 이름과 성이 무엇인지 알아야 화살을 뽑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3) '나는 나를 쏜 사람의 키가 큰지 작은지 중간인지 알아야 화살을 뽑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4) '나는 나를 쏜 사람이 어떤 마을이나 부락이나 도시에서 왔는지 알아야 화살을 뽑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5) '나는 나를 쏜 사람의 피부색이 검은지 푸른지 노란지 알아야 화살을 뽑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6) '나는 나를 쏜 사람의 활이 보통의 활인지 석궁인지 알아야 화살을 뽑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7) '나는 나를 쏜 사람의 활줄이 섬유인지 갈대인지 힘줄인지 마인지 유엽수인지 알아야 화살을 뽑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8) '나는 나를 쏜 사람의 화살대가 거친 갈대인지 잘 다듬어진 갈대인지 알아야 화살을 뽑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9) '나는 나를 쏜 사람의 화살의 깃털이 독수리의 것인지 까마귀의 것인지 콘도르의 것인지 공작새의 것인지 황새의 것인지 알아야 화살을 뽑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10) '나는 나를 쏜 사람의 화살대가 어떠한 힘줄로 감겨졌는지 소인지 물소인지 사슴인지 원숭이 힘줄인지 알아야 화살을 뽑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11) '나는 나를 쏜 사람의 화살이 보통의 화살인지 뾰족한 화살인지 굽어진 화살인지 가시가 있는 화살인지 송아지의 이빨 모양의 화살인지 협죽도 나뭇잎 모양의 화살인지 알아야 화살을 뽑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하자. §15. 말룽끼야뿟따여, 이 사람은 그러한 사실을 알기도 전에 죽을 것이다. 이와 같이 말룽끼야뿟따여, 만약 십무기에 대하여 설명을 얻고서야 비로소 나는 여래 밑에서 청정한 삶을 영위할 것이라고 한다면, 그는 여래로부터 그 설명을 얻기 전에 죽어갈 것이다. 기독교의 신이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한 신이라는 생각은 시간 창조 문제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존립할 수가 없다. 따라서 기독교의 신은,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듯이, 근원적이고 근본적인 신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기독교가 존재해서 많은 사람들이 삶의 평안을 찾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불교에서는 비록 시간과 공간의 시작을 정의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내가 스스로 내 운명을 결정한다는 논리구조를 갖고 있어서 이는 내게는 오히려 합리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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